외환위기 후 최고치
불안해진 미래에 지갑 닫아
비싸진 내집 마련 위해 씀씀이 줄이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저축률은 2015년 8.4%, 2016년 7.5%, 2017년 6.5%, 2018년 6.1%, 2019년 6%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 급상승했다. 한국 저축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주요 선진국보다 높았다. 2018년 한국 저축률(6.1%)은 저축성향이 높다는 일본(4.3%) 유로존(5.9%)보다도 높았다.
저축률이 올랐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소비는 줄었다는 뜻이다. 올해 1~3분기 분기 평균 소비성향(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작년 평균(72.2%)보다 4.2%포인트 낮아졌다. 올 1~3분기 누적 민간소비(실질·원계열 기준)는 632조6835억원으로 작년 동기(661조6608억원)보다 4.4% 줄었다.
치솟는 집값이 씀씀이를 억누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격이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거나 높은 부동산 대출금 상환을 위해 소비를 억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2018년 작성한 '최근 가계 저축률 상승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실물투자(부동산 투자)가 1%포인트 증가할 때 가계 저축률은 1.3∼3.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가계 저축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통상 주택 가치가 뛰면 자산이 늘고, 소비도 증가한다는 이른바 '부(富)의 효과'를 뒤집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당시에 "집값 마련 재원을 마련하는 무주택자와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려는 유주택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며 "민간소비를 진작하려면 중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케인스가 경고한 것처럼 저축률 상승이 장기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졌다. 저축이 늘고 소비가 줄면 그만큼 기업 창고에는 재고가 쌓인다. 기업은 그만큼 고용을 줄이고 가계는 씀씀이를 더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축률 하락추세가 장기화하는 등 '절약의 역설' 현상이 굳어질 조짐도 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집값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1883~1946)가 제시한 개념.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부(富)를 축적하는 과정이 오히려 사회 전체의 부를 줄이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를 총체적으로 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개념. 경기가 침체될 때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는 것도 '절약의 역설'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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