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케이시 켈리(32·LG 트윈스)는 무너지지 않는 투수다.
류지현(50) LG 감독은 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KBO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을 앞두고 "켈리의 장점은 꾸준함"이라며 안정적인 투구를 기대했다.
3전2승제의 준PO에서 1차전을 내줘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켈리가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비자책)의 역투로 3차전으로 가려는 LG를 위해 디딤돌을 놓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켈리는 1회말 두산 첫 타자 정수빈의 강한 타구에 배를 맞았다.
이 순간에도 켈리의 간절함과 책임감이 드러났다. 켈리는 고통을 참고 공을 잡은 뒤 1루에 송구했다.
통역과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달려와 켈리의 몸 상태를 점검했고, 켈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던질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경기 재개 후 켈리가 던진 초구를 호세 페르난데스가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켈리는 박건우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1, 2루에 몰렸다.
선취 실점의 위기 속에서 켈리는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을 1루 땅볼로 유도한 뒤, 1루를 향해 달려갔다.
베이스에서 떨어진 채 공을 잡은 LG 1루수 문보경이 2루로 송구했고, 2루를 찍은 LG 유격수 구본혁이 1루로 다시 공을 던졌다. 1루를 지킨 이는 투수 켈리였다.
투구 후 야수로 변신한 켈리 덕에 LG는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 수비를 완성했다.
이후에도 켈리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은 단 1개로 최소화했다.
5회 2사 1, 2루에서 페르난데스를 시속 148㎞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이날 호투의 백미였다.
켈리는 3-0으로 앞선 6회 선두타자 박건우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김민성의 송구 실책 탓에 무사 2루에 몰렸고 김재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이날 처음으로 실점했다.
켈리는 양석환을 삼진 처리하고, 허경민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다.
박세혁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1, 2루에 몰렸다.
류지현 감독은 두산이 대타 김인태를 내세우자, 투구 수 100개를 넘긴(103개) 켈리를 마운드로 불러들였다.
LG 팬들은 켈리를 향해 고마움을 가득 담아 박수를 보냈다.
2019년 LG와 계약한 켈리는 올해까지 정규시즌 87경기에 선발 등판해 3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다.
지난해 5월 16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시작으로 올해 시즌 최종전까지 KBO리그 역대 최다인 57경기 연속 5이닝 투구 기록(종전 양현종 47경기 연속)을 세우기도 했다.
켈리는 '빅게임 피처'이기도 하다.
2019년 NC와의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처음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러 6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겼고, 그해 키움과의 준PO 3차전에서도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잘 던졌다.
LG는 지난해 WC 결정 1차전에서도 켈리를 선발로 내세웠고, 켈리는 7이닝 3피안타 2실점 역투로 화답했다.
켈리는 개인 통산 네 번째 KBO 포스트시즌에 등판한 5일 준PO 2차전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했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코치인 켈리의 아버지 팻 켈리는 이날 잠실구장을 찾아 근엄한 표정으로 아들 켈리의 투구를 지켜봤다.
그런 엄격한 아버지도 6회초 켈리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 LG 팬들과 함께 아들을 향해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jiks7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1/05 21:0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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