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기자 승인 2021.10.20 09:55 | 최종 수정 2021.10.20 09:5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지난달 24일 정식 출시된 디아블로2 리마스터 에디션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인기가 뜨겁다. 블리자드코리아가 수치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게임 출시 초 몰려드는 플레이어로 인해 서버 대기열이 발생할 정도였고 서버를 확충한 상태에서도 접속 지연이 발생했을 정도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인기는 외부에서도 얼마간 가늠할 수 있다. PC방에서는 현재 인기 순위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0월 14일 기준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점유율 8.79%로 8.03%인 서든어택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는데 10월 19일에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 점유율이 9.49%로 올라 서든어택과의 격차를 벌렸다. 수시로 접속대기가 생기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날로 오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이 20년 전 게임이 다시 뜨겁게 인기를 얻고 있을까? 실제 디아블로 1편부터 플레이했던 기자의 경험으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인기 비결을 분석해봤다.
■ '과금' 필요 없는 공정한 게임체계
현재의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대부분이 별매하는 아이템을 통해 캐릭터 능력치를 높이거나 경험치 획득을 빠르게 해준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은 소위 '레벨 노가다'를 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좋지만 현재 많은 게임들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고 있어 게임 내에서도 빈부 격차가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그러한 과금 시스템이 없다. 전무하다. 오로지 4만8000원짜리 게임을 구매만 하면 된다. 이후는 열심히 게임 속 재화인 골드를 모아 갬블을 통해 고급 아이템을 얻거나, 몬스터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모아야만 한다. 재력 유무와 상관 없이 노력 유무로 고수·고레벨이 된다는 점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결코 당연해지지 않은 게임 시장에서 신선한 자극이 되는 듯하다.
■ 시작부터 강한 몬스터와 조우..많이 죽은 만큼 커지는 애정
이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 있는 이들도 많겠지만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난이도가 상당한 게임이다. 게임의 시발점인 칸두라스 자매단 야영지 밖을 나가면서 만나는 '잡몹'조차도 인해전술로 두려움을 안겨준다.
다소 불친절한 인터페이스도 캐릭터의 죽음에 기여한다. 몬스터를 피해 뛰다 보면 금세 스테미너가 바닥나 뛸 수 없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스테미너와 비슷하다. 조금만 뛰면 금방 스테미너가 바닥나 잠시 멈춰서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데 몬스터의 스테미너는 무한대여서 결국 뭇매를 맞고 죽곤 한다.
또 초반에는 아이템이 너무 부족해 적의 원소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 냉기, 독, 화염, 전기 공격을 받으면 너무 쉽게 죽어버린다. 캐릭터가 죽으면 소지하고 있던 골드 일부를 잃게 되고 플레이어는 마을에서 다시 시신이 있는 곳까지 적수공권으로 달려가 시신을 수습(아이템 장비 장착)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맨몸으로 공격 당해 또 죽기가 일쑤다.
물론 추후 레벨이 올라갈수록 스테미너도 늘게 되고 강력한 아이템을 장착할 때마다 난이도 하락을 느끼지만 게임 초반 힘들게 고생해서 키운 캐릭터이니만큼 보다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무수히 많은 아이템 조합..보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한 반복플레이
디아블로2가 출시된 시기는 2000년이고 기념비적인 시리즈 첫 작품인 '디아블로'는 1996년에 출시됐다. 이전까지의 RPG(역할수행게임)은 대부분 턴 방식으로 단순했는데 디아블로가 실시간 액션 RPG 게임을 최초로 선보이면서 '핵 앤 슬래시(Hack and Slash)' 장르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디아블로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은 데에는 아이템의 조합이 무한대에 가깝다는 게 주효했다. 통상 노멀-고급-전설급 장비 체계를 갖는 RPG 게임에서 디아블로는 수많은 접두사와 접미사가 무작위로 붙도록 설계했다. 또 능력치(스태이터스)도 최저~최고 사이에서 무작위로 붙게 돼 동일한 아이템이라고 해도 성능이 같지는 않다. 가령 동일한 아이템 이름에 접두사 '부서진(크랙트)'이나 '우수한(슈페리어)'이 붙으면 성능 차이가 난다. '우수한' 접두사가 붙으면 아이템 속성에 따라 최대 데미지, 방어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여기에 접두사와 접미사가 각 1개씩 합 2개까지 붙을 수 있는 매직아이템(파란색), 접두사와 접미사를 포함해 옵션이 최대 6개까지 붙을 수 있는 레어아이템(노란색), 동일한 이름의 세트 아이템을 모으면 추가 옵션이 더해지는 희귀 세트아이템(녹색), 고유 디자인과 옵션을 지닌 전설아이템(황금색), 룬어(룬워드)를 조합해 일반 소켓 아이템을 전설아이템 등급으로 전환할 수 있는 룬어아이템까지,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가 유독 쏠쏠한 게임이다.
이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 게이머는 클리어한 게임을 반복적으로 접속해 몬스터 사냥을 실시한다. 보통 난이도에서 좋은 아이템을 갖춘 후에 악몽 난이도로 다시 게임을 즐기고, 다시 더 좋은 아이템을 갖춘 후 지옥 난이도에 도전하게 된다. 각 난이도 차이가 크기에 아이템과 스킬 세팅을 달리해야 하는데다, 맵과 던전 등이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식상한 느낌이 덜하다는 게 장점이다.
결국 게이머는 최종 난이도인 지옥 난이도에서 보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무한 사냥을 하게 만들며 이 것이 주는 중독성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디아블로2: 레저렉션, 단점은?
디아블로 시리즈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가 아니지만 베틀넷이라는 블리자드 서버에 접속해 여럿이서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경우에는 한 게임 당 최대 8명까지 동시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디아블로가 배틀넷이라는 멀티플레이 환경을 처음 도입했지만 이제는 수천 명이 한 서버에 모여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친구들과 함께 오랫동안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즐기고 캐릭터를 키울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는 배틀넷에 접속한 후 등록한 친구와 채팅을 하며 새 게임을 생성한 후 최대 8명까지만 동시 접속해 사냥하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즐길 수 있는 모든 콘텐츠가 소멸되므로 그 이상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과 다양한 육성법, 무한에 가까운 아이템 조합은 여전히 디아블로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다. 특히 가장 인기 있었던 2편의 현대적 그래픽 적용은 올드 팬부터 신규 유저 모두 만족할 만한 게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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