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수상이 결국 불발됐습니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미국 현지시간 14일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작으로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를 선정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다이너마이트'로 이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의 팝 장르 시상 부문 중 하나입니다.
듀오 ·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음악인들에게 수여됩니다.
방탄소년단은 후보 지명을 넘어 수상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비록 상은 받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상 본 시상식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공연을 펼쳤습니다.
지난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엑스 등과 함께 합동 공연을 한 이들은 올해 정식 후보로서 무대를 갖게 됐습니다.
무대는 국내에서 사전녹화했습니다.
리더 RM은 최근 미국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후보 지명이나 수상보다도 바랐던 것이 (그래미) 퍼포먼스"라며 "우리는 퍼포먼스 팀이기에 우리 노래로 무대를 하는 것이 이 여정의 최종적인 꿈 중 하나였다"고 말했었습니다.
수상 불발에 아미들 "우린 말 그대로 화났다"하지만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외신들은 방탄소년단의 그래미상 수상이 불발되자 아쉬워하는 팬들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BTS가 그래미상 수상에 실패했고, 팬클럽 '아미'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라며 "만약 BTS가 수상했다면 K팝에 큰 성취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BTS는 그래미상을 받은 최초의 K팝 밴드가 되기를 바랐지만,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졌다"고 전했고, AFP 통신은 "BTS의 수상 불발은 아시안 팝 뮤직의 역사적인 승리에 대한 희망을 꺾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아미'들은 트위터에 "우린 말 그래로 화났다", "BTS가 그래미를 잃은 게 아니라 BTS를 잃은 건 그래미"라고 밝혔고, 일부 팬들은 "우리는 '인종차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방탄소년단이 아시아 그룹이라 차별을 받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또 "BTS가 그래미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그래미에 BTS가 필요하다"고 적은 팬들도 있었습니다.
트위터에는 '사기 그래미상'이라는 뜻을 담은 '스캐미스(#scammy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그래미 주최 측을 비판하는 팬들의 항의도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미국 주류 음악계의 전통적 집단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는 '틀에서 벗어난' 선택을 요하는 후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과거에도 백스트리트 보이즈(2019)와 조나스 브라더스(2020) 등 영미권 출신 보이그룹들이 수상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팝 음악계 다양성 넓히는 원동력 될 것"최근 수년간 그래미는 시대 변화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유색인종 아티스트와 힙합 등의 장르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신뢰도 하락에 시달렸습니다.
다양성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그래미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의 인종·성별·장르를 다양화하는 등 어느 정도는 이에 부응하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래미가 최근 몇 년간 조금씩 방탄소년단에 손을 내민 것도 이들의 위상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는 '베스트 R&B 부문' 시상자로 초청했고, 지난해에는 합동 공연 출연자로 무대에 세웠습니다.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의 행보가 그래미는 물론 주류 팝 음악계의 다양성 확대를 이끌 동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최근 그래미닷컴과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우리 말고도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정말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당연히 더 많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더 많은 뮤지션이 널리 알려지는 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도 미국 음악계의 인정"이라며 "이를 통한 소득과 성과는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이너마이트' 가사 일부를 인용하며 BTS의 앞날이 더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I'm diamond you know I glow up.
(난 다이아몬드야, 빛나는 거 알잖아)
Hey, so let's go!"
(그러니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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