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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융당국 압박에 대출 문턱 더 높인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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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09 10:01

연말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총량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라’며 시중 은행을 압박하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간판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을 오는 11일부터 팔지 않기로 했다. 은행 측은 "올해 설정해둔 대출 한도 3조3000억원이 소진돼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주력 대출 상품을 한도 때문에 중단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이와 별도로 지난 3일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 우대금리도 축소했다. 우대금리를 낮추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 ‘우리 금융인클럽’, ‘우리 신세대플러스론’, ‘우리 로얄클럽’ 등은 신용등급에 따라 우대금리를 0.3~0.6%P(포인트) 줄였다.

농협은행도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당국 지시에 따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해당 상품 우대금리를 없앴다. 은행 측은 "급여이체 우대금리를 0.2%에서 0.1%로 낮추고 우량등급 우대금리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선DB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한다. 대출 상담사는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지난 수년간 이들을 통한 대출을 막은 사례는 없었다. 하나은행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가계대출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증가한 점을 지적하면서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은행들은 올해 연말까지 신용대출 월 평균 증가액을 2조원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미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자)’하자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신용대출은 계획보다 2배가 넘는 4조8495억원 급증했다. 여기에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4조1354억원이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동안 9조4195억원이 늘었다. 10월(7조6611억원)보다 약 1조8000억원이 증가한 액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10월과 11월에 적극적으로 대출 관련 영업을 했다기보다,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미리 받아두자’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면 대출수요는 2금융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금융소비자의 대출 부담은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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