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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70조 투자 '공중분해'…경영 직접 뛰어든 中 공산당 [노정동의 3분IT]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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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도체 굴기 상징 기업의 '디폴트' 선언
(2) 막대한 지원금 → 무책임 경영으로 이어져
(3) 궁지에 몰리자 공산당 직접 경영권 쥐어
2018년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칭화유니그룹

2018년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칭화유니그룹

지난 9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꼽혀온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면서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 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디폴트가 지난달보다 더 심각한 건 해외에서 발행한 회사채, 즉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달러 표시 채권이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향후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디폴트 선언 다음날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칭화유니의 회사채는 즉각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칭화유니가 발행해 홍콩증시에서 거래 중인 다른 회사채들도 연쇄 디폴트 우려에 가격이 9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칭화유니는 향후 추가로 만기가 도래할 20억달러 규모의 별도 회사채들도 디폴트 위험이 있다고 홍콩거래소를 통해 공시했습니다. 그야말로 기업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것입니다.

반도체 굴기 상징 기업의 '디폴트' 선언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 회사입니다.

1988년 칭화대 과학기술개발총공사로 출범해 1993년 지금의 이름으로 자리잡은 칭화유니는 산하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 양쯔메모리(YMTC), 모바일 칩 설계회사 유니SOC 등을 두고 있어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일어섬)'의 상징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해 2020년 반도체 자급률 40%, 2025년 7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에 따라 2015년 230억달러에 세계 3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2016년엔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샌디스크 인수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의 견제로 무산된 이력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자체 개발로는 단기간에 삼성전자(73,400 +0.69%), SK하이닉스(115,500 -0.86%), 마이크론 등 글로벌 유수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을 쫓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M&A 전략으로 우회했으나 경쟁국 정부의 견제로 성사되지 않은 것입니다.

2018년 4월 시진핑 주석은 반도체 공장 시찰로는 처음으로 당시 후베이성 우한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YMTC를 방문해 "반도체 기술에서 중대 돌파구를 서둘러 마련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수합병에 실패한 뒤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 공장을 방문해 다시 한번 채찍질을 한 것입니다.

YMTC가 생산한다고 밝힌 128단 낸드플래시. /사진=칭화유니그룹

YMTC가 생산한다고 밝힌 128단 낸드플래시. /사진=칭화유니그룹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도 성과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64단 3D 낸드 기반의 256기가바이트급 낸드 플래시 일부 제품을 양산 중이지만 아직 투자 규모 대비 실적은 미진한 편이어서 돈을 벌어들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과거 칭화유니는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충칭(重慶) 양장(兩江)신구에 D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2021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지만 이후에 어떠한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기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만 날리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금액은 올해 1~7월에만 600억위안(10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두 배 수준으로, 이는 대부분 지방 정부로부터 투자 받은 돈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6%에 그치고 있습니다.

작전 선회…중국 정부가 직접 경영?
이 때문에 그동안 민간에 기업 경영을 맡기고 뒤에서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웠던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국유화와 경영권 장악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직접 키우는 전략으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산당이 직접 사람을 보내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얘깁니다.

실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7월 "경험, 기술, 인력이 없는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지방 정부가 맹목적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며 "누구 책임인가를 원칙으로 삼아 중대 손실이나 위험을 초래한 경우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등 대형 악재가 겹친 상태입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화웨이는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도 화웨이와 함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휘청이고 있습니다.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칭화유니는 지난달 11일 국유기업 칭화홀딩스의 룽다웨이 공산당 서기가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국유기업 양강산업그룹이 지분 33%의 신규 주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칭화대와 양강산업까지 합치면 칭화유니에 대한 중국 정부 지분은 66.6%로 늘어납니다.

7나노미터(nm) 첨단 공정개발을 목표로 했던 또다른 중국의 반도체 기업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는 자금난으로 우한시 둥시후구 정부에 인수됐습니다. 2017년 설립 이후 TSMC 임직원을 다수 영입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연구개발(R&D)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실패로 중국 지방정부가 제공한 20조원 이상의 자금이 공중분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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